위내시경을 받았다.
내시경실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은 막 상경한 시골 촌년같았다. 뭐 요즘은 시골에서 막 올라온 사람이 더 세련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수면내시경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난 내 속살을 보고싶어서 일반내시경을 선택했다.
무튼 목마취제를 입에 잠시 머금고 삼키면서 그 검고 긴 카메라 달린 뱀을 바라보며 뭐 들어왔다가 나가겠거니 정도로 생각했지만 오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마취제로인해 혀는 점점 감각이 무뎌졌다. 그와중에 의사용 모니터를 위를 향해 노려보듯이 올려보니 그러지말고 앞에있는 환자용을 보라고 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살짝 민망했다.
약간 목이 부은 상태라서 그런지 처음에 들어올 때 거부감이 컸다.
-후두 깨끗하고요... 어 이건 뭐지??
노란 점같은게 나의 깨끗한 속살에 비춰졌을때 나온 말이다.
이 '이건 뭐지?'가 나에게는 'WTF?!?'이나 'WTH?!?'정도로 들렸기때문에 '아.. 내몸에 지금 어느 질병이 아닌 외계생명체가 발견됐구나'라고 생각했다.
-저.. 가래같은데요??
간호사가 말했고
-그렇지?! 가래같지?!
아니 이 사람들이!! 아 SF그만봐야하나???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검은 뱀은 십이지장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웰컴투더헬 타임이다.
-십이지장 괜찮구요.. 위도 괜찮네요...
이상한게 들어오니 내 속안의 정령들은 마구 밀어내기 시작했다. 헛구역질이 계속되고 있는데 의사선생님은 내 속을 보면서도 정작 중요한 '내 속'도 모르고
-트림 하지마시고요.. 트림하면 안되요... 트림 그만하셔야합니다..
입에 뭐만 안물고 있었다면 '야 이 답답한 인간아 헛구역질이라고!!'라고 외쳤을게 분명하지만 대신에 입에 물고있는 그것을 더 꽉 물고 있는 걸로 대신했다.
간호사는 내가 힘을 주고 있는걸 빨리 파악하고 어깨 힘빼라고 했다. 어깨 힘빼세요 트림 그만하세요를 양쪽에서 계속 들으니 양방향 서라운드 사운드가 왜 더 생생한지 조금은 알것같았다.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수면내시경을 안한 이유는 내 속을 보기 위한것이라서 꺽꺽대면서도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이제 다됐으니까 눈감으셔도 되요..
아뿔싸 하나 더 늘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 봤다. 안볼수가 없었다. 내속이 생각보다 깨끗한게 신기했고 뭐가 들어갔으니 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게속 보게됐다. 마치 화면 속의 내 빛나는 속살에 중독된것마냥ㅋㅋㅋ
그렇게 나는 트림하지마세요 어깨에 힘빼세요 다끝났으니 화면 안보셔도 되세요 눈감으세요를 연달아 듣고 있을 때즈음 조직검사도 한다고해서 그 뱀에 넣은 집게로 살점을 뜯었다.
왠지 검은 뱀의 혀가 내살을 무는것 같아서 이 뱀을 외계인이라고 해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살점을 뜯은 자린 피가 약간 맺혔으나 아프지않고 그냥 속 안 이쪽에서 뭘로 살짝 긁은 정도의 느낌이었다.
들어올 때 위치가 느껴진것도 신기했지만 살점뜯을 때 어디서 그런지 느낌이 오는지 위치를 알 수 있다는게 쫌 신기했다.
그리고 이제 그 검은 외계인을 빠르게 뺐다. 내 속은 그 검은 외부의 것이 빨리 나가라고 재촉이라도 하듯했다. 처음에 들어올때는 구멍이었던 그것들은 빠르게 주름지며 좁아졌다.
일을 치루고 원래 다 이런거냐고 간호사에게 물었다. 나의 의도는 이렇게 트림하지말라고 말하냐고 물어본건데 의미가 잘 전달된건 아닌듯 "네. 다 그래요." 나는 입가의 걸죽한 침을 닦으며 이유모를 오그라듬으로 실소를 지었다.
결과를 보니 위염이 아직 가시지않아서 위벽 군데군데가 울긋불긋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내 속살은 깨끗했다. 의사선생님은 위가 좀 예민해서 그랬던걸거라고 했다.
깨끗한 후두사진을 보니 이 후두를 지키기위해서 빠른 시일내에 금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