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누구에게 한번도 말하지 않은건데...
그렇다고 딱히 심오하거나 긴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느껴왔던 아주 사소한 단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 말할 가치를 못 느껴지만 이 생각이 꽤나 오랫동안 함께 했기때문에 뭔가 기록의 필요성이 느껴져서 적어본다.
이 조각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인 지하철에서 시작한다.
난 지하철에서 서있는걸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6호선을 기준으로 대부분 지하철 제일 끝, 노약자석 바로 앞쪽이다. 가로로 된 봉에 약간 앉아서 도착지까지 가곤하는데 이 구석진곳에 서있으면 일단 눈치를 안봐도되고 구석이다보니 기댈 곳도 많고 여러모로 좋은 장소다.
무튼 그곳에 붙여진 표지판을 무심코 보게되는게 백이면 백인데 그것은 항상 내가 있는 위치에 대해서 환기시켜준다.
지하철 뿐만아니라 모든 위치를 빠르게 상기시켜준다.
휠체어, 유모차, 짐그림이 그려진 그 판에서 유독 짐그림이 커다랗게 보인다.
여기는 짐을 두는 곳이라고 단편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이고 난 항상 가방이 무거운 편이라 일단 실제로 짐도 있는 사람인데 뭔가 그 그림을 마주하면 내가 짐이 된 것같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앞을보면 텅비었거나 노인들이 꾸벅꾸벅 졸거나 푹 패인 주름을 얼굴에 한껏 바르고 이가 없어 합죽이가 된 입으로 입맛을 쩝쩝 다신다.
순식간에 삶과 죽음이 뉴런과 뉴런사이에서 번뜩인다.
그리고 또다시 짐이 된다. 그렇게 도착지에서 내려서 문이 닫히기 전에 내가 있던 자취를 눈으로 더듬는다. 옷에 구멍이나서 떨어진 물건은 없는지 확인하고도 오래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개찰구에서 나와서 입구로 나가는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가면 이내 그 생각이 사라진다.
입구에서 나올 때 낮이라면 햇빛을 받으며, 밤이라면 어둠을 맞이하며, 비가오거나 눈이온다면 그것들을 반기고, 흐린 날이라면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며 나온다.
그렇게 나와서 몇걸음 걸음걸음 걸으면 이내 추진력이 생길 때도 있고 아니면 느리게 느리게 마냥 느리게 갈 때도 있다.
내가 지하철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까맣게 잊고 갈 길을 간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댓글 1개:

  1. 마침 공부하기 싫어서 딴 짓하다가 이 글 보니까 신선하군. 난 삶과 죽음을 연상할 정도로 지하철에서 특징적인 생각에 빠지진 않는데 ㅋㅋ 오늘만 해도 문이 닫히기 전에 겨우 s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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