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쩌다보니 수업을 땡까먹고 동기들과 남자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했다. 나이로 치면 제일 고참이 수업 땡땡이에 제동을 걸지않은 것이 참 부끄러운 점이며 나중에 늦게 들어가서 혼쭐 아닌 혼쭐이 났지만 뭐 그건 내가 워낙에 수업을 성실하게 들어서 교수님의 실망감이 배가 된거지만ㅋ 각설하고 주제가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속내를 털어놨고 이래저래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말인 즉슨 내가 최근 헤어지게 된 것이 사실 좋게 헤어진 것이 아니며 심지어 내가 밀어낸 만큼 다시 잡았다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뭐 여차저차 말하다보니 조금는 힐링이 되는 것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한테도 말 안한 사실이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심하지 않으랴. 나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으레 밝은 척 해댔지만 사실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가 미련이 남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순간이 오면 가슴이 미어졌다. 그렇다. 나 정말 좋아했다. 처음엔 맘도 없었지만 점점 이 사람 얼굴을 통해서 동이 트고 붉게 노을이 타고 어스름하게 해가 넘어가는 그 시간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전에도 문득 생각이 나서 카톡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결국 잘 지내냐는 근황을 먼저 물었고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존대를 받자 머쓱해져 다행이다며 날도 더운데 생각나서 연락했다고 수습하기 바빴다. 혹자는 알 것이다. 내가 쥐뿔도 없지만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근데 내가 참 분하고 멍청이같은게 자기한테 자존심밖에 없으면서 그걸 버리고 자꾸 찌질한 짓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기적이고 잔정이 많다. 내가 나를 변명할 수 있는건 이것 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시야가 넓어지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배웠지만 뜻대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서 걱정이다. 일전에 말했듯이 다시 돌아온다고 예전과 같아지지 않을거라는거 잘 안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쪽은 나를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생각할거고 나 역시도 점점 마음의 문이 닫힌 꼭두각시 노릇만 하며 정말 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다 아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뭐 항상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번엔 정말이라고 느끼는거지만 정말 다음번에 만날 사람은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해도 이번에 내가 너무 다쳐서 다음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주지는 못할 것같다. 다시 원점으로 독신주의자의 길을 걷게 된 나에게 축배를 들어야하는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주제에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안정적으로 사는 세상을 동경하게 되어 유감을 표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세뇌의 무서움을,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인형의 집이 된 것에 대한 절망감을, 편집증 증세를, 마지막으로는 미련을 가지고도 괜찮은 척하는게 나의 현재 모습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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